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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로 돌아온 '정은표'
“배우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김물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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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정은표가 연극 [밀키웨이](연출 김명곤)를 통해 무대로 컴백한다     ©김보경 기자
 
 
수더분한 인상에 작은 키, 동글동글한 몸에 맞는 동글동글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정은표. 한때 CF에도 출연했고, ‘단막극의 장동건’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지만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정은표’라는 이름보다는 극 중 캐릭터만을 기억한다.
 
그가 배우로서 자기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연극 ‘이발사 박봉구’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원래 ‘명품조연’이 아니라 ‘연극배우’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김명곤 전 장관의 복귀작 [밀키웨이](연출 김명곤)으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아직 열기가 한창인 두레홀 1관의 밀키웨이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연습 때문에 불편할 텐데도 그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밀키웨이’와의 인연

조금은 낯선 제목의 연극 밀키웨이는 독일의 작가 칼 비트링거의 희곡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김명곤 연출가가 직접 번안한 작품이다. 2차 대전 이후의 독일 상황을 월남전 후의 70년대 한국 사회로 바꿨다.
 
“한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며 운을 뗀 정은표는 “한 사내가 월남전에서 전사자 처리가 되었는데, 주변에서 여러 이유로 이 사람을 밀쳐내고 존재를 찾아주지 않는다. 배경은 정신병원이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은 타인에 의해 존재를 상실한 남자와 의사가 등장하는 2인극으로 극중극 형식을 띤다. 정은표가 맡은 역할은 전직 연극배우인 의사로, 그는 두 시간 동안 6-7가지의 배역을 바꿔가며 연기한다.
 
전라도 사투리와 대구 사투리를 오가야 하는 그는 “드라마는 한 가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은 변화의 폭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해서 고민이 많다”면서도, “보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신이 난다”며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워했다.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전라도 출신이다 보니 대본을 바꾸기도 하고, 대구 사투리를 사용하는 친구도 만나 도움을 받았다.”는 그는 연출과 상의해 상황적인 애드립을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작품에 세심한 부분까지 노력하는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더 순수해진 것 같다. 마치 대학교에 갓 들어간 신입생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그에게 있어 연극 밀키웨이는 연극 무대 복귀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90년대 중반 ‘어머니’라는 작품을 함께 했던 김명곤 연출과의 재회이면서, 연극 ‘은하수를 아시나요’와의 재회이기도 하다.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서울에 올라오기 전, 그는 광주의 한 극단에 들어갔다. 그 당시 정은표는 지금의 상대역인 ‘사내’역할로 이 작품을 만났었다.
 
“그 당시는 좋아서만 연극을 할 때였다. 배우로서 작품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밀키웨이’는 지금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처한 위치를 비롯해서 그때와 너무 다른 느낌이다.”며 작품과의 재회에 대한 소감을 밝힌 그는,
 
“비슷한 것이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열정이다. 설레임은 비슷하다. 흥행이나 평가를 떠나서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다.”며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전했다.
 
배역도 다르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자신이 많이 늙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는 그는, 다시 만난 작품을 생각하면 여전히 설렘을 느끼는지 이야기 하는 내내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 연극 [밀키웨이]에서 김명곤 연출가(좌측)의 연기 지도를 받고 있는 정은표 배우     ©김보경 기자
 

샴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부부, 그리고 가족

빳빳하게 다린 하늘색 셔츠, 말끔한 정장에 멋을 낸 파마머리. 그의 모습을 보면 단박에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올해로 결혼 7년차에 두 아이를 둔 그는 아직도 아내와 ‘연애하는 마음으로’ 산다.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5월 말 쯤이다. 연극‘이발사 박봉구’를 보러 온 아내가 그의 연기를 보고 반한 것. 싸인을 받으려고 기다린 아내에게 그는 “싸인을 받아 적어라”고 했다고 한다.
 
“그때는 겸손도 부족했고, 건방지게 왜 그랬나 모르겠다. 그런데 아내는 엉뚱한 모습이 좋았는지 이후에 팬모임에 오더라.”
 
연극배우와 팬으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는 아내의 노력으로 부부가 되었고, 지금은 그가 아내의 팬이 되었다. 당시 체중이 많이 나갔던 아내에게 그는 “살 빼면 소원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고, 아내는 한 달 만에 14kg을 감량해서 나타난 것.
 
당시 그의 나이 서른일곱. 그녀의 나이 스물다섯. 생각보다 독종인 아내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프로포즈를 하고 100일 만에 결혼을 했다. 연애 기간이 짧아서인지 둘은 틈만 나면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오늘도 일 나오는데 여기까지 따라와서는 버스 타고 가더라. 늘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되게 좋다. 가족들이 몰려다니는 느낌이 좋다. 그렇지만 얼른 연극이 시작해야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며 그는 행복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의 가족들은 멀리 지방 촬영이 있는 날이면 함께 움직인다. 덕분에 두 아이는 영화와 단막극에 출연하는 기회도 얻었다. 아이들이 배우가 된다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는 아이들을 배우를 시키고 싶어 한다. 내가 배우라, 배우와 사는 게 너무 행복해서 아이들이 아빠처럼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도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자기 생각이 여물 때 시작했으면 한다.”고 답하며 여느 아빠들처럼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던가. 지칠 줄 모르는 아내의 내조와 아이들의 사랑 덕에 그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렘의 크기가 다르다

“어느 날 자연스레 탤런트, 연예인이 되어 있더라.”는 그는 97년부터 TV 활동을 시작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연봉 100만원을 받던 연극배우 시절보다 상황은 나아졌다.
 
CF도 찍고, 조연이지만 드라마와 영화도 연이어 했다. 맨날 조연만 하던 그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KBS의 이정섭 감독을 만나면서 부터다. 그가 연출한 단막극 6편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정은표는 ‘단막극의 장동건’, ‘단막극의 달인’으로 떠올랐다.
 
‘단막극의 장동건’이라는 애칭을 말해주자 잠시 폭소를 터트리던 그는 이정섭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그분도 독특한 분이고, 나도 독특한 성격이라 잘 맞았다.”고 전하며 단막극의 매력을 “연극처럼 자유롭게 연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언제나 재미를 주는 캐릭터지만, 연극 무대에서의 정은표는 사뭇 진지하다. “TV나 영화가 워낙 빠르다보니 나까지 무게를 잡으면 사람들이 불편해 하더라. 나에게 코미디를 해주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고, 나 스스로도 웃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그는,
 
“연극할 때는 잘생긴 배우들처럼 인상 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코미디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지금이야 누구보다 겸손한 배우지만, 한 때 돈을 많이 벌고 교만해진 적이 있었다. “간절히 원하니까 3년 정도 쉬게 되었다”며 농담을 하는 그는, 추운 겨울 사극현장에 있는 보조출연자의 모습을 보며 다시 겸손을 되찾았다.
 
“저렇게 사는 분도 있구나. 내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가 눈물이 나더라. 열심히 살자, 겸손해지자 다짐했다. 어느 현장이든 즐겁고 설레려고 노력한다.”
 
장르 불문 어느 현장에서든 설렘을 안고 연기하는 그이지만, 연극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설렘의 크기는 다르다고 고백한다.
 
“굳이 따지자면 연극은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4달 동안 행복을 느껴요. 그러나 드라마는 아침에 분장을 하면서부터 마음을 다잡고, 카메라 앞에 서는 잠깐 동안만 설렘을 느낍니다. 연극을 할 때 훨씬 설레고 행복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연습 후 이어진 인터뷰에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편안하면서도 긴장된 자세로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배우의 꿈

현재 KBS 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에 출연 중인 그는 유해진, 손병호, 박희순, 임원희 등의 실력파 배우를 배출한 극단 ‘목화’ 출신이다. 1990년 연극 ‘운상각’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그는 5년 후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휩쓰는 인정받는 연극 배우였다.
 
그러던 그가 한참 동안 연극계를 떠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 데는 ‘꿈’이라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나에게 배우로서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지금도 이야기한다. 배우 활동을 한다고 배우는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배우의 모습은 생동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회사에 속해 있고, 가정도 챙겨야 하는 그는 경제적인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극을 선택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요즘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더 공부해야 한다는 배우로서의 절실함이 있었다. 그리고 밀키웨이라는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연극무대로 돌아온 계기에 대해 말하면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드라마 촬영은 얼마 안 있으면 끝나고, 지금은 밀키웨이가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며 올해 계획을 밝힌 그는, 60대가 되면 ‘저 배우는 늙으니까 참 잘하네’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꿈이다. 요즘도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스스로 그 소리를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51점이라고 생각해요. 49점은 절망적이지만 51점은 희망적이니까요. 그렇다고 100점짜리 연기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나이가 들면 7-80점짜리 연기가 하고 싶어요. ‘우수’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있고 싶어요.”
 
살아있는 배우가, 그리고 80점짜리 우수한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인 정은표에게는 ‘롤모델’이 없다. 비교하여 자신의 모습이 한정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래서인지 정은표의 연기에서는 정은표가 보인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가올 11월, 20년 만에 만난 ‘밀키웨이’에서 그의 100점짜리 ‘최우수’ 연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프로필]
정은표
생년월일 : 1966. 3. 27
키 : 165cm
학력 :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데뷔 : 1990년 연극‘운상각’
수상 : 1995 동아연극상 연기상 ( 비닐하우스)
           1995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 백마강달밤)
           2001 38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 ( 킬리만자로)
           2006 KBS 연기대상 단막극상
출연작 : [연극] 어머니, 춘풍의 처, 태, 비언소, 비닐하우스, 백마강달밤, 늘근도둑이야기, 이발사박봉구, 밀키웨이 등

[영화] 행복한 장의사, 유령, 해적 디스코왕 되다, 쇼쇼쇼, 네발가락, 킬리만자로, 해바라기, 식객 등
[드라마] 우리가 남인가요, 아내, 장길산, 난 네게 반했어, 쾌도 홍길동, 때밀이 넘버쓰리, 반가운 살인자, 돌대가리 이차방정식 등
기타 : [CF] 제일제당 ‘컨디션F' (1999)
            맥도날드 ( 2001)
       [뮤직비디오] 벨벳글로브, 노래는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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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물래 기자
뉴스컬쳐/편집국/문화 3팀
 
2008/10/01 [12:4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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