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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PIFF '자봉'!
제 12회 부산 국제영화제의 '진짜' 주역을 만나다
 
황수영 대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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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일 PIFF 자원봉사자 발대식 날,  김동호 위원장(중앙)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수영 대학생기자

10월이 되면 부산은 영화의 바다에 빠진다. 해운대 백사장부터 남포동까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우왕좌왕하는 관객들 틈에서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하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PIFF 자원봉사자들이다. 

지난 6월부터 모집을 시작해 8월에 최종으로 선발, 8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PIFF를 위해 부산에 모였고, 이들로 인해 약 보름간의 긴 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듯 한 그들에게 PIFF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티켓팀 김선미 (23, 계명대 일본학과 3학년), 아시안 필름마켓 옥외홍보팀 김경태 (25, 부산대 경제학과 3학년), 남포동 상영관 팀 장병진 (25,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아시안 필름마켓 초청팀 이유민 (23,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를 만나보았다. 

-이번 제 12회 부산 국제영화제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자원봉사자로 뽑혔다.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 티켓팀,  김선미 학생.     ©황수영 대학생기자
(선미)"전에 PIFF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아는 언니의 추천이 가장 큰 동기였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 못해 싫어지기까지 했는데 PIFF를 통해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저질러 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었다."

(경태)"영화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부산시민으로서 PIFF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됐다. 또한 주위의 추천과 대학 생활에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

(병진)"여태껏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예전에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원봉사자가 무척 부러웠다. 휴학 한 김에 어떤 일에 올인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유민)"여태껏 크고 작은 영화제에 세 번 정도 봉사활동을 해봤지만, PIFF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지난 2005년 PIFF에 관객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느낌이 좋아서 언젠가는 꼭 한 번 자원봉사자로 일해야지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에서 짐을 싸 부산으로 내려왔다. "

-다들 고학년이다. 2주 동안 학교도 못가고 영화제에 헌신해야 했는데, 학업이나 취업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가?




▲ 남포동 상영관팀, 장병진 학생.    ©황수영 대학생기자
(선미) "당연히 있었다. 부산 가기 전날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다시 대구로 돌아오면 바로 중간고사를 쳐야하니까. 학점에 크게 연연하진 않아도 시험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짐도 당일 날 아침에 싸는 바람에 빼먹은 것도 많았고.(웃음) 시험 공부할 책 챙겨갈까 하다가 말았는데 안 싸길 잘한 것 같다." 

 (병진) "왜 없겠는가. 개막식 때는 중요한 면접이 있었고, 영화제 기간 중에는 또 다른 면접이 발표가 났다. 그런데 PIFF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된 만큼 끝까지 하고 싶었고, 결국 이렇게 해냈다. 지금 내가 25살인데 우리 팀에서 남자 중에 내가 제일 막내였다. 형들도 다 하는데 막내인 내가 빠질 수 있겠는가."

(유민) "휴학생이라 마음의 짐은 조금 덜 수 있었다. PIFF가 취업에 득이 되는 경력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좋고 이런 인연이 토익 900점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각 파트별로 맡았던 일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선미) "나는 티켓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프리머스, 메가박스, 대연CGV 남포동 등 우리팀은 현장예매, 예매발권, 취소와 환불, 교환 부스 정도로 역할 분담을 했다. 영화제는 상영관 정시입장이 원칙인데 이 때문에 손님과 마찰이 많았다."

(경태) "아시안 필름마켓 옥외홍보팀은 영화제 기간 동안 아시안 필름마켓 홍보물 관리와 '버라이어티' 등의 영화 잡지 배포, 각종 행사의 포토라인 지원 등을 주로 맡아했다."

(병진) "나는 남포동 상영관팀이었다. 2관 상영관 사이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는데 거기에 관객들의 줄을 세우고 안전사고를 막는 일을 담당했다."

(유민) "아시안 필름마켓 초청팀은 PIFF 내의 초청팀 업무와 유사하나 초청하는 게스트들이 조금 다르다. PIFF의 경우 배우나 영화계 관계자들이 많다면 우리팀의 경우에는 마켓과 관련된 영화 산업관련 종사자들이 많았다. 게스트들에게 제공된 항공과 숙박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PIFF에 관객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었나? 만약 그렇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와 자원봉사자의 입장에서 PIFF를 바라볼 때의 관점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미) "작년에 당일치기로 갔었다. 역시 적극 추천해주었던 언니가 공짜표를 준대서 부산에 갔는데, 야외상영장에서 아오이유우 주연의 [훌라걸스]를 봤다. 그 땐 인터넷 예매의 치열한 경쟁도, 현장예매의 긴 줄도 느껴보지 못해서 그냥 하나의 축제 정도로 느끼고 왔는데 올해는 확연하게 달랐다. 내가 없이 열리는 PIFF는 이제 없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고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 맛, 오히려 모르면 좋았을 텐데.(웃음)"

-여러분은 8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PIFF를 이끌어갔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동료들이 있다면?

▲ 아시안 필름마켓 옥외홍보팀, 김경태 학생.    ©황수영 대학생기자
(경태) "한명만 꼭 집어 말할 수 없고, 아시안 필름마켓 홍보팀 봉사자들 모두 기억에 남는다. 원래 사람이라는 게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 더 말도 잘 통하고, 관심사도 같아지고 그러다 보면 끌리게 되는 거다. 그래서 같은 팀에서 여자 친구도 한명 만들게 되고.(웃음) PIFF 기간 동안 심신이 지쳐 있었는데 우리 팀원들을 보면서 힘을 냈다. 우리는 2주간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과음 후 새벽 6시 잡지 배포는 최악이었다."

(병진) "PIFF에서는 점심을 제공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구 사람인 나는 밥을 제때 챙겨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같은 팀원들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집에서 싸다 주더라.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래서 보름동안 하루도 배를 굶지 않고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사랑해 팀원들아."


- 일간에서는 PIFF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솔직히 전문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자원봉사자들로 영화제를 꾸려 나가다보니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경태) "그러나 아직 지원이나 예산이 충분치 못하고 스텝들도 대부분이 단기 스텝인 것이 현 실정이다. 대가없이 밤을 새며 PIFF를 위해 봉사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아직은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병진) "이번에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일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 사건'이다.(개막식 때 자원봉사자가 엔니오 모리꼬네 측에게 빨리 입장하라고 재촉했음.) 우리가 세계적인 거장을 못 알아봤다고 수준이 낮다며 비난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한 신문 기사에는 '시급을 1000원 씩 이나 받으면서도' 라는 글귀를 사용해 자원봉사자들에게 화살을 돌리더라. 우리가 돈을 벌 생각이었으면 처음부터 아예 지원도 안했겠지.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완벽한 진행을 바란다면 전문적인 인력을 써서 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아직 PIFF는 조금 미흡하더라도 풋풋한 열정과 패기를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가."

-이제 스폰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이번 영화제에 제일모직의 '빈폴'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자전거 영화제'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영화제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스폰서와의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아시안 필름마켓 초청팀, 이유민 학생.     ©황수영 대학생기자
(유민)  "먼저 스폰서부터 영화제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내가 얼마를 내니까 광고효과로 얼마정도를 요구한다는 식의 발상은 영화제의 발전을 저해한다. 물론 빈폴의 지원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영화제 곳곳에서 브랜드가 노출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빈폴과 PIFF 이미지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평소 기업에서 영화제나 문화 산업 분야에 꾸준히 지원을 한다면 이러한 거부감를 최소화 시키면서 나름대로의 광고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진) "누가 PIFF는 '부산의 돈줄이다'라고 말했는데, 참 현실적으로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실제로 예술 영화를 보는 관객은 드문데 어떻게 스폰서 없이 유지할 수 있겠는가. 영화제의 정신을 훼손하고 말고를 따지는 것은 스폰서와의 관계가 아니다. 관객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스폰서의 수준도 같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폰서도 막무가내로 광고하는 일은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제 13회 PIFF 자원봉사를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미) "이력서에 한줄 늘리기 위해서 PIFF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좋아해서 진심으로 마주하고 대할 수 있는 분들이 꼭 13회의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민)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지원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있어서 PIFF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선미) "PIFF는 사랑니다. 갑작스레 나를 찾아와서는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시간이 되어 뽑고 나니 여운이 길게 간다. 지금 이가 빠진 틈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경태) "PIFF는 사랑의 스튜디오다.(웃음). 내가 여자 친구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병진) "PIFF는 이혼이다. 헤어지고 나도 자꾸 생각이 나고 한번 헤어지고 나면 끝이잖아. 현실적으로 다시 PIFF 자원봉사를 하기엔 불가능하니까 이혼한 거랑 다름없어."

(유민) "Fall in PIFF. PIFF에서 가을을 맞이했고, 나는 PIFF에 흠뻑 빠져버렸다."

[대구 = 황수영 대학생기자]

 





▲ 지난 발대식 날, 아시안 필름마켓 홍보팀이 부산 MBC 사옥 앞에서.    © 황수영 대학생기자
▲ 프리머스 상영관 티켓팀, 멋진 점프!     ©황수영 대학생기자
▲ 잠시 휴식 시간을 이용해 남포동 상영관팀이 뭉쳐서 찰칵!     ©황수영 대학생기자
▲ '스타서밋 아시아' 때 포토라인을 담당했던 아시안 필름마켓 옥외홍보팀 자원봉사자들. 정장을 멋있게 차려입었다.      © 황수영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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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 기자
뉴스컬쳐/편집국/대구문화팀
 
2007/10/18 [17:3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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