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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알사전] 바람과 달, 죽음의 관계… ‘풍월주’
이종석 연출이 말하는 7가지 키워드
 
고아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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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고아라 기자)
바람과 달의 주인. 신라시대의 화랑을 이르는 이 말에 풍월주에 새로운 의미가 숨겨져 있다면? 지체 높으신 귀부인들이 한낱 시름을 잊기 위해 찾은 운루에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남자들이 밤을 지새웠다. 모든 것을 주되 마음만은 서로를 향했던 두 풍월, 그리고 한 남자를 차지하고 싶었던 한 여왕의 이야기가 조용한 물가에 슬프도록 울려 퍼졌다.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소극장으로 이끌었던 수작이 돌아왔다. 갖고 싶었고, 보내야만 했고, 지켜내고자 했던 이들의 쓸쓸함을 담은 이야기가 돌아왔다. 조용히 하지만 깊게 마음을 적시는 아련한 감성은 그대로다. 뮤지컬 레알사전의 열여섯번째 주인공은 ‘풍월주’(연출 이종석)다. (이후 기사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전적 의미
 
조선시대인 15세기 이후에 신라의 화랑을 가리키던 말. 2012년 초연된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하다. 신라 진성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귀족 여인들이 찾는 남자 기생집 운루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뮤지컬 레알사전
 
뮤지컬 ‘풍월주’는 2011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공연의 호평에 힘입어 2012년 첫 본공연에 올랐다. 초연도 성공적이었다. 3개월간 2만 5천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10회 이상 관람객이 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마니아의 지지까지 받았다. 그리고 2013년 가을, 새롭게 돌아온 풍월주는 또 다른 맛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종석 연출이 말하는 ‘풍월주’는 결코 쉽지 않았던 작업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던 한가지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또한 이 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하고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된 극이기도 하다. 결국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창작자들 스스로가 보여주는 책임과 헌신일 것. 작가 스스로 얻은 영감과 이를 무대 위로 탄생시키는 연출의 만남, 이 작품은 창작의 고민을 다시금 느끼게 한 작품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사전적 의미
 
뮤지컬 ‘풍월주’의 네 주인공.
 
뮤지컬 레알사전
 
사담과 열, 그리고 진성과 운장. 뮤지컬 ‘풍월주’의 한가운데 서있는 네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닮아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점이 말이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먼저 사담이다. 그는 열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의지해왔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상대방에 대한 믿음감과 책임감이 큰 사담에게 열은 꼭 필요한 존재다. 물론 열에게도 그렇다. ‘내가 없으면 그를 지킬 수 없다.’ 두 남자가 품고 있는 이 마음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가질 수 있지만 갖지 않은 것을 택하는 것, 이들의 희생은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다.
 
진성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평생을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여인으로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도 호위무사가 지근에 붙어있을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온몸을 뒤덮은 피부병은 어떤 사람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흉측하다. 하지만 딱 한사람, 열만은 달랐다. 그의 발을 씻겨주고, 그를 온전히 한 여인으로 대해준 첫 남자다. 그렇기에 진성은 열에게 끌릴 수 밖에 없었고, 그를 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을 거리껴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유아적이다.
 
사담과 진성 사이에 열이 있다. 열에게 있어 가장 큰 성격적 결함은 넓은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성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준다. 그렇기에 사담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성에게 더욱 큰 배신감을 느낀다. 자신은 진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진성은 스스로의 사랑을 위해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이를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진성을 떠나길 주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운장이다. 그는 세 사람 모두를 지켜보고 있는 자로 진성을 사랑하지만 묵묵히 뒤에서 바라보는 것을 택한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사담에게서 스스로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뮤지컬 레알사전
 
이 연출이 뮤지컬 ‘풍월주’를 재탄생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이 작품을 만든 작가와 작곡가가 본디 어떤 영감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창작자의 마음을 흔든 자극,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그는 리딩 대본을 꺼냈다. 그리고 조금은 투박하지만 사담과 열, 진성, 운장의 굵직한 선이 살아있는 그곳에서 이들의 관계를 찾아냈다.
 
맨 처음 이 연출의 눈에 들어온 점은 바로 사담이 열과 같은 기생의 신분이라는 것이다. 누가 누군가를 따르는 주종관계가 아닌 같은 눈높이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이 둘이 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쌓아온 신뢰와 믿음을 전해왔다. 강압적인 힘이 아니라 오로지 서로를 더욱 끔찍이 아끼고 챙겨줄 수밖에 없는 마음, 이들의 관계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그리고 그는 텍스트로 존재했던 이들의 관계를 무대 예술로 풀어냈다. 사회적 관계-즉 신분-는 다르지만 사적 관계-고로 마음-는 같은 네 사람의 평등성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모든 인물들이 싸우거나 등장할 때 수평적인 위치에 자리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다음으로 제목과 내용 사이의 관계에 집중했다. 풍월주, 바람과 달의 주인이라는 이 단어가 가진 시청각적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는 과정이었다. 달과 바람이 보여 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를 담을 수 있는 물가를 생각해 냈고, 이를 위해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 서라운드를 설치 계속 물소리가 흐르도록 해 텍스트와 이미지의 간격을 좁혔다.
  

  
사전적 의미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뮤지컬 레알사전
 
사랑. 뮤지컬 ‘풍월주’의 비극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사담과 진성에겐 공통점이 있다. 열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선택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판단이 다르다고 해서 그 마음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새롭게 추가된 ‘너를 위해 짓는 마음’으로 둘은 열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옷에 담아 고백한다. 그리고 이 곡을 끝으로 폭력이 시작된다. 사담과 진성은 소중하게 간직해온 사랑을 정반대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희생과 집착이다. 두 사람이 더욱 애달프게 노래할수록 이들이 전하는 사랑, 그 대비는 더욱 극명해진다.
  

  
사전적 의미
 
죽는 일.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뮤지컬 레알사전
 
뮤지컬 ‘풍월주’는 열의 ‘초혼’(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으로 서막을 연다. 사담이 죽고 난 이후의 즉 현재에서 부터 시작하는 극은 그가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과거에 일어난 과정을 보여준다.
 
비극적이 결말을 품고 있는 현재는 차갑고, 희망을 꿈꿨던 과거는 따뜻하다. 그리고 그 결말을 이끌어내는 진성 또한 차갑다. 이 연출은 이를 조명으로 표현했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죽음을 잉태하고 있는 1막에선 푸른빛을 사용한 조명이 2막에 이르러 붉고 노란 빛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아챘을 것. 그리고 점차 극이 진행될수록 진성이 끌고 온 차가운 빛에 의해 점차 잠식당하는 모습은 비극적인 결말로 달려 나가는 사담과 열의 운명을 뜻한다.
 
하지만 에필로그에 이르러 극은 조그마한 희망 하나를 남겨둔다. 사담과 열의 재회를 통해서다. 살아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이들. 어쩌면 앞의 모든 과정은 둘이 서로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였을 지도 모른다.
  

  
사전적 의미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삼국 가운데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지금의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
 
뮤지컬 레알사전
 
뮤지컬 ‘풍월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여왕이 집권했던 시대인 신라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역사극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진성을 제외하고 나면 이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배경으로 해도 될 정도. 그렇기에 신라를 그대로 고증하거나 재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 극의 주인공이 진성이라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이 연출은 신라의 색과 선을 입힌 의상으로 시대적인 배경을 드러내도록 했다.
 
먼저 진성을 상징하는 것은 황금, 신분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색이 달랐던 신라에서 왕을 상징한다. 특히 정식 상속자도 아님에도 여성의 몸으로 왕위에 올랐던 그는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겉옷을 절대 벗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옷에 의지해야할 정도로 위태위태한 진성의 심리를 대변한다. 또한 진골을 상징하는 진부인의 자색, 6두품인 여부인의 비색, 화랑의 색인 풍월들의 곤색 겉옷도 마찬가지. 철저한 신분 사회였던 신라의 일면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사전적 의미
 
좌우로 회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원형 무대. 다양한 무대 장치와 신속한 장면 변화에 효과가 크다.
 
뮤지컬 레알사전
 
뮤지컬 ‘풍월주’의 무대 위엔 네 갈래로 갈라진 길이 있다. 사담-열-진성-운장의 길이다. 이들이 모이는 정 가운데엔 돌아가는 무대가 자리하는데, 이는 서로에게 다가가려하지만 끊임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의해 가까이 갈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을 상징한다.
 
사담과 열이 행복한 꿈을 나누는 순간 무대는 돌아간다. 이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죽음으로 향하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그 위에서 사담과 열은 서로의 표정을 바라볼 수 없다. 숨겨진 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객석뿐으로, 두 남자가 간직한 진심의 유일한 목격자는 관객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풍월주'
작: 정민아
작곡: 박기헌
연출: 이종석
공연기간: 2013년 11월 9일~ 2014년 2월 16일
공연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출연진: 정상윤, 조풍래, 신성민, 배두훈, 김지현, 전혜선, 임현수 외.
관람료: R석 6만원, S석 5만원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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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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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2 [12: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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