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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래, “몸에 배인 저만의 열, 기다려주세요”
뮤지컬 '풍월주', 가을 밤을 적신다
 
고아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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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풍월주’(연출 이종석)에서 열 역을 맡은 조풍래 배우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경민 기자
  
(뉴스컬처=고아라 기자)
바람과 달의 주인. 이들의 시작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년 전-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여왕이 집권했던 그 시절-, 높으신 귀부인들이 한낱 시름을 잊기 위해 찾았다는 운루에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남자들이 있었다. 모든 것을 주되 마음만은 주지 않았던 가장 천한 두 풍월과 천하를 호령하지만 어느 곳에도 의지 할 수 없는 삶이 외로웠던 가장 귀한 여왕. 낮게 울리는 북소리 뒤로 이들의 엇갈리는 사랑은 어디로 향해 가는가. 뮤지컬 ‘풍월주’(연출 이종석)다.
 
갖고 싶었고, 보내야만 했고, 지켜내고자 했던 이들의 쓸쓸함을 담은 이야기가 돌아왔다. 조용히 하지만 깊게 마음을 적시는 아련한 감성은 애달픈 음악과 만나 2012년 관객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유난히 찬 바람이 옷깃에 스치는 이 가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아름다운 향가로 운루의 여인들을 위로하는 목소리는 그대로이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지 않을까? 새롭게 돌아오는 ‘풍월주’, 여심을 사로잡는 밤의 남자 열로 관객을 찾아올 조풍래 배우를 만났다.
 
 풍월주, 욕심이 난 작품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어요.” 그의 첫 마디였다. 올 초 ‘윤동주, 달을 쏘다’로 시작해 ‘잃어버린 1895’, 곧 무대에 오르는 ‘푸른 눈, 박연’까지. 서울예술단의 현역 단원인 에게 ‘풍월주’는 사실 참여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하고 싶다는 욕심만으로 오디션을 봤고, 조풍래만의 열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열과 사담이 아니고, 궁곰이나 대운장이라도 꼭 하고 싶었어요. 실은 ‘풍월주’ 쪽에서 연락이 꽤 늦게 왔거든요.(웃음) 그래서 ‘아쉽지만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참여할 수 있게 됐죠. 열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그와 ‘풍월주’의 첫 만남은 우연히 들은 ‘나의 얼굴’로부터였다. ‘허나 외로움 속에서 찾아오는 것은 공허 뿐. 일그러지는 것은 내 마음 뿐. 내 곁엔 아무도 없구나.’ 그는 섬세하면서도 힘을 가진 음악에서 중극장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깊이를 발견했다. “쇼케이스 공연의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들었을 때, ‘작은 극장에서도 이런 깊이가 나올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노래뿐만 아니라 왠지 모르게 제게 느껴지는 임팩트가 큰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났고요.”
 
사실 그가 처음 오디션에 임했을 당시, 준비했던 역할은 사담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생각은 달랐다. 2, 3차 오디션을 거치며 심사위원들은 그에게서 열의 모습을 봤다. 섬세한 감정을 연기하는 그에게서 발견한 뜨거운 일면이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열을 그리고 있다.
 
“사실 워낙 초연부터 잘 된 작품이잖아요? 지금까지도 부담이 되고 있어요. 다른 배우들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그들만의 열을 표현했듯 저도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열을 표현해야겠죠.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아요. 지금은 정상윤 배우의 연기를 많이 보고 있기도 하고요. 저만의 열과 관객들이 원하는 열,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하겠죠.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만의 열은 진성여왕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홀로 상상도 하면서 조금씩 역할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정말 많이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답도 각양각색이더라고요. ‘나이가 얼마냐?’, ‘병이 깊냐?’라는 질문부터 ‘돈은 얼마나 많냐?’ 같은 질문도 있었어요. 그렇게 주변에서 들었던 것을 체에 거르고 있죠. 또 ‘만약 재벌 회장의 부인이 나에게 사랑을 느낀다면 어떨까?’하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계속 묻고, 또 들으면서 참고하는 수밖에 없죠.”
 
그 다음은 자신과 사담의 관계를 바로 보는 것이었다. 운루를 찾는 모든 여인들에게 깊게 연민을 느끼고, 위로를 주지만 그 어떤 것도 사담의 존재를 넘을 수 없다. 그는 우정보다는 조금 더 진한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란 힘들지만, 오로지 소중한 한명만을 위해 진심을 내보이는 열의 모습에게서 매력을 발견했다. “운루에서 사담에 대한 안 좋은 말을 할 때 화를 내는 열의 모습이 멋있더라고요.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방법이겠지요’라고 말하지만, 사담 앞에선 진심을 내보이고 마는 열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아무래도 남자에게 우정을 넘어선 감정을 느껴보지는 못한 탓에, 힘들긴 하지만요.(웃음)”
 
자신만의 열, 그 종착점은 자연스럽게 역할에 녹아내릴 자신만의 습관이다. 극의 전체를 언뜻 본다면 눈치 채기 힘들지만, 깊게 살펴본다면 우러나올 자신만의 개성이기도 하다. “사실 고민 중인 부분이기도 하죠. 대사를 치다가 ‘아, 습관 보여줘야지’하고 나오면 관객에게 금방 들켜버릴 테니까요. 정말 열이 되어서 몸에 익어야지만 보여 줄 수 있는 거잖아요. 말을 한다던가 몸을 움직일 때, 저만의 열이 보여줄 자연스러운 습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뮤지컬 ‘풍월주’를 통해 관객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각 인물의 관점은 참 많이 다르죠. 누구나 사람을 좋아했던 기억이나 또 그 때문에 아팠던 기억이 있을 거라고 봐요. 저만의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관객 또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 뮤지컬 ‘풍월주’(연출 이종석) 콘셉트 사진.     © 사진=CJ E&M
  
 서울예술단, 지금의 그를 만든 곳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이 있다. 바로 ‘서울예술단 단원’이다. 2010년 대학교 4학년 시절 우연히 본 오디션이 그를 뮤지컬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아마 마지막 학기였을 거에요. 실은 뮤지컬 배우가 꿈은 아니었죠. 대학 시절부터 친했던 (임)병근이가 추천을 해줬어요. 처음 오디션을 보게 됐죠. 그때까진 될 거란 확신은 없었어요.”
 
그렇게 처음 서울예술단에 발을 담은 그는 무대 위에서 작품을 빛내주는 앙상블부터, 주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로 관객을 만났다. 그에게 예술단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다. “예술단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가무극을 통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젊은 단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 젊은 피가 예술단을 살려보자!’란 다짐도 했고요. 소속감이 상당하죠.”
 
이제는 서울예술단의 단원이자, 한명의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서고 있는 조풍래.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술단 생활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자, 그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곳이죠”라고 답했다.
 
“예술단 안에서도 배역을 따내기 위해선 오디션을 봐야 해요. 거기서 떨어지게 되면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거죠. 그런데 수십년 동안 춤을 춰왔던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야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예전엔 ‘뮤지컬 배우는 노래,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저를 깨버린 경험이었죠. 그렇게 몸을 쓰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죠.”
 
뮤지컬 ‘풍월주’는 둥지 밖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날개 짓이다. “저희 단원들끼린 장점이건 단점이건 정말 잘 알고 있죠. 그동안 예술단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외부 작업의 분위기를 잘 몰랐어요. 연습실에 가서 모두 친한 동료 배우들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요. 하나의 작품을 할 땐, 같은 팀의 끈끈함이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예전엔 예술단 연습이 끝난 후 다른 작품을 연습하러 준비하는 배우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요즘엔 5시만 되면 급하게 ‘풍월주’ 연습실로 향하는 저를 (박)영수, (김)도빈 배우가 놀릴 정도에요.(웃음)”
 
 조풍래,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조풍래, 그가 무대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충격”이다. 어린 시절의 그는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 그 힘에 매료됐다.
 
“고등학생 때, 연기학원을 다니며 박근형 작가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연극 ‘청춘예찬’을 보러갔죠. 소극장에 처음 들어갔는데, 의자도 제 몸이 안 들어갈 정도로 작았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끌렸어요. 그리고 막이 오르는데 정말 놀랐죠. 배우들이 진짜 제 눈앞에서 연기한 게 처음이었어요. 충격이었고, ‘나도 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배우의 꿈은 그를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이끌었다. 실제로 봉산탈춤보존회의 봉산탈춤전수자이기도 한 그는 논밭에서 펼쳐진 생애 첫 무대 ‘은어송’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이들까지 다양한 관객을 만나며 자신의 길을 굳혔다. “‘나라는 미개한 사람도 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구나’라는 게 가장 컸어요. 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면 공연을 보던 사람들의 눈도 커졌죠. 그때의 경험이 저를 무대에 서고 싶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진심을 연기하는 배우를 그린다. “항상 진정한 마음을 담아 연기하고 싶죠. 관객들이 보기에 겉멋 들지 않도록 이요. 한 작품 또 한 작품 할 때 마다 저를 못 알아보실 정도로 진심으로 연기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뮤지컬 ‘풍월주’, 또 ‘푸른 눈 박연’과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힘들진 않은지 묻자 그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몸은 힘들고 지칠지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의 자신이 뿌듯하다는 조풍래. 그를 앞으로도 더 많이, 자주 만나고 싶다.
 

[프로필]
이름: 조풍래
직업: 배우
생년월일: 1983년 1월 10일
학력: 중앙대학교 창작공연학부 음악극과
출연작: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 ‘풍월주’ 외/ 연극 ‘은어송’ 외.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연극 뮤지컬 클래식 무용 영화 인터뷰 NCTV 공연장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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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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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1:4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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