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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현대인의 자화상 보여준 연극 [오이디푸스]
"아침에는 아비를 먹고, 점심에는 어미를 먹고, 저녁에는 제 눈을 파먹는 짐승"
 
정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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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오이디푸스](연출 한태숙)의 공연사진. 기울어진 경사의 검은 벽에 시민들이 매달린 장면(왼쪽)과 티레시아스(박정자 분)가 자신의 새(이기돈 분)와 등장하는 장면.     © 김정호 기자
 
(뉴스컬쳐=정수현 기자)
공연이 끝난 뒤 두 개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하나는 작품 속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떠안고 취한 결말이요, 다른 하나는 새롭게 재탄생한 국립극단 첫 작품 [오이디푸스](연출 한태숙)의 모습이다.
 
내용은 결말을 제외하면 원작에 충실했다. 가축과 사람들 사이에 퍼진 역병으로 죽음이 창궐하는 테베시, 수수께끼로 영광의 왕위를 얻은 오이디푸스(이상직 분)가 마을을 구하기 위해 예언자 티레시아스(박정자 분)를 찾는다.
 
그곳에서 듣게 된 믿을 수 없는 사실. 자신이 마을의 재앙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그 진실을 파헤치면서 점차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고 결국 스스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국립극단표 [오이디푸스]는 역시 달랐다. 그동안 ‘오이디푸스 왕’, ‘외디푸스’ 등 수 많은 얼굴의 오이디푸스들이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 오이디푸스는 현대인의 자만을 보기 좋게 짓눌렀다.
 
오이디푸스가 중간에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예언 따윈 없다”는 나중에 “아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신이 쥔 운명의 장난 속에서 우린 한낱 인간이었다.” 로 바뀌며 너무나 평범한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코러스는 “삶의 종말을 지나 고통에서 해방될 때 까지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크게 소리치는 오이디푸스의 말은 마치 우리에게 발버둥 쳐봐야 운명 하에 있다는 ‘예언’을 하는 듯 했다.
 
이번 무대는 오브제의 재해석으로 유명한 한태숙 연출이 맡아 무대, 조명, 오브제로 ‘다름’에 가세했다.
 
무대는 정말 독특했다. 약 20도 가량의 경사진 바닥은 여러 배우들이 한 번에 나왔을 때 그들의 발까지 보일정도로 입체적이었다. 비스듬히 세워진 오른편의 검은 벽은 경사진 바닥과 어우러져 어두운 빛 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벽에 꽂힌 철봉은 시민들이 계속 무대 위에서 수군댈 수 있도록 도왔다.
 
조명은 주로 암흑이지만 가끔 밝은 빛을 주고 있었다. 다양한 각도로 무대와 배우들을 비추며 인간내면의 음영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티레시아스(예언자) 등장 시 나온 희고 푸른 연기는 그녀의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
 
무대 위에서 시민(이영란 분)은 검은 벽에 석고가루로 67개의 인물을 계속해서 그린다. 귀신같은 형상의 그림들은 ‘시민의 눈’이며, 무대 바닥에 그린 ‘人’은 운명의 ‘세 갈래 길’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분필은 도중에 어떤 의미인지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마지막에 오이디푸스의 형상을 바닥에 그리며 그의 죽음을 알릴 때 비로소 그 쓰임이 이해됐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빼 놓을 수 없다. 이상직 배우는 타이트롤이 부담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연을 펼쳤고, 그 외 티레시아스(예언자), 요카스테(어머니이자 부인), 크레온(신하) 등도 손색없었다. 특히 예언자를 돌보는 새(이기돈 분)의 몸짓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레퍼토리로 압축해 보다 많은 국민에게 전달하기엔 사공이 너무 많은 느낌이다. 흩날리는 가루와 경사진 무대는 배우들의 건강과 안전을 간과했다. 또한 독특한 움직임, 무대, ‘현대감’을 입힌 오브제 등은 고전에 충실한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력을 묻어버렸다. 하나하나는 훌륭하지만 전체의 조화는 풀어내기 힘들었나보다.
 
***
한태숙 연출은 “원래 이 작품은 장엄미가 넘치는 작품이다. 하지만 난 항상 무대란 생략과 압축, 즉 경제성이 있을 때 힘이 있고 상상력이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 극은 희랍극 안에서 움직이지만 관객이 동질감을 느낄 현대적 감수성이나 상징을 녹여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녀의 말대로 이번 [오이디푸스]는 무엇보다 무대 질이 뛰어나다. 연출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관계자들에게는 많은 연구가치가 있다. 하지만 일반관객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미리 작품에 대한 공부가 필요 할 것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국립극단 창단공연 연극 [오이디푸스]
원작: 소포클레스
연출: 한태숙
오브제연출: 이영란
안무: 이경은
공연기간: 2011.1.20 ~ 2.13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김종구, 박상종, 박윤희, 최원석 외
공연가격: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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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기자
뉴스컬쳐/편집국/문화팀
 
2011/01/31 [12:5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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