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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 '붉은 정원' 박정원·송유택 "피어나는 꽃과 닮은 작품"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 '이반' 役
 
윤현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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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붉은 정원’(연출 성재준)의 이반 역을 맡은 배우 박정원, 송유택(왼쪽부터).     ©윤현지 기자
 
[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뮤지컬 ‘붉은 정원’(연출 성재준)의 ‘이반’은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빅토르의 아들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옆집의 지나를 사랑하는 역할이다. 30대의 두 배우가 10대 소년을 표현하기 힘들 법도 하건만, 상대를 갈망하는 눈빛에는 순수한 ‘이반’의 영혼 그 자체가 담겨 있었다. 폐막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두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두 분이 같이 작업한 작품들이 많죠.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그럴 것 같아요.

송유택: ‘여신님을 보고 계셔’를 통해서 형을 처음 만났죠. 제가 연기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때인데, 형이랑은 형, 동생으로 나오다 보니 유대관계가 깊어졌어요. 그다음은 ‘제주 일기’라는 소규모로 했던 연극인데 팀워크가 너무 좋았죠. 저희를 제외하곤 모두 원캐스트여서 폐 끼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어요.

박정원: 그전에는 다른 역을 하다가 최근 두 작품에서 같은 역할을 하게 됐어요. 성향이 너무 달라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하고 이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배웠어요.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됐나요?

송유택: 정원이 형 같은 경우에는 먼저 받아들여보고, 생각을 먼저 하는 편이에요. 저는 행동을 먼저하고 부딪히면 막 가라앉는 스타일이라서, 캐릭터를 찾아가는 방법이 많이 달랐어요. 하지만 연습은 같이하다 보니 서로 참고를 많이 했죠.

박정원: 유택이는 매사에 적극적이에요. 뭔가에 부딪힘이 생기면, 반박도 잘하고. 저는 되게 소심하거든요. 말하고 싶은데 못할 때 유택이가 대신 말해주고 그런 게 좋더라고요.
 

-상대방의 ‘이반’은 어떤가요?

송유택: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형은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져요. 저보다 동생이면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형인데도 불구하고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져서 신기했어요.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는 봤지만 ‘제주 일기’나 ‘비스티’ 때는 못 봤던 느낌이거든요.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그때만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남아 있어서 신기했어요. 저는 제 스스로가 때묻어가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순수함을 표현하더라도 예전과 같아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정원이 형을 보는 모습은 그대로라 신기했던 것 같아요.
 
박정원: 근데 저도 이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유택이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보여서요. 저는 반대로 말하자면 예전보다 지금이 더 힘들죠. 3년 전보다 순수함을 표현하기가 힘든데 유택이는 표현을 안 하려고 하다 보니 본연의 순수함이 오히려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유택이의 연기를 보고 조금 덜어내려고 노력했거든요.

송유택: 그럼 이렇게 해요. 형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저는 때 묻은 순수함.(웃음)

박정원: 아니, 내가 때 묻은 순수함인데! (웃음)
 
 
▲ 뮤지컬 ‘붉은 정원’(연출 성재준)의 이반 역을 맡은 배우 박정원.     ©윤현지 기자
 

-짝사랑하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춘기’의 경찬이나, ‘마마, 돈 크라이의’ V(브이)같은. 이반과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요?

박정원: 여자를 사랑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웃음)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사춘기’의 경찬처럼 남자를 짝사랑하는 게 편한 느낌? 내가 알고 있고 경험해봤기 때문에 표현하는 게 어렵게 느껴졌어요. 또,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니 더 힘든 감이 있었어요.

송유택: 브이와 이반의 공통점은 첫사랑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사람들은 첫사랑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걸 표현하는데 어렵지 않았고, 아직도 저의 첫사랑이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맞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좋게 남아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브이나 이반이 어린 시절 만나게 된 첫사랑을,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랑을 통해 성장했다는 걸 알게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극 안에서 그 긴 시간을 표현해내는 게 가능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어요. 지금은 두 작품을 해내면서 그 부분이 해결이 되더라고요. 붉은 정원은 사랑하는 상대가 무대 위에 실체화 돼 있는데, 브이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사랑하다 보니 차이점이 느껴지긴 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정원: 예전에는 가능하다고 생각 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을 살고 현실을 알다 보니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지금은 첫눈에 반하는 게 안될 것 같아요.

송유택: 지금도 믿습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그 부분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작품 안에서 이반이 처음 지나를 반하게 되는 게 지나를 알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지나의 외적인 매력적인 모습을 보고 반한 거라서, 이반이 그 점에 있어서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 점에서 순수하다고 생각하고요. (웃음)

 
-빅토르와 지나의 무도회 장면에서 이반이 미소를 짓거나, 딱히 아쉬워하는 느낌이 없어서 신기했어요.

박정원: 그 부분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 장면은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이기 때문에 아버지와 지나의 대화가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상황을 모른 채 존경하는 대상인 아버지와 사랑하는 지나가 춤을 추는 자체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졌죠. ‘나도 아버지처럼 춤을 출 수 있을까. 그 춤이 끝나면 나도 남자답게 지나에게 춤을 추자고 권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송유택: 지나와 빅토르가 춤을 추면서 도는 동안 아버지가 보일 땐 존경심을 느끼고, 지나가 보일 땐 지나만 보이죠. 아름다운 영화 같은 장면을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극장 리허설 때 그 공간의 넓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정원이 형이 저 멀리 조명이 안 들어오는 곳에 서 있는 거예요. (웃음) 그 안에 있으니까 뭔가 일이 벌어지며 장르가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나오자고 했죠.

 
▲ 뮤지컬 ‘붉은 정원’(연출 성재준)의 이반 역을 맡은 배우 송유택.     ©윤현지 기자

-이반은 빅토르의 글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송유택: 저는 빅토르의 성격과 글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담담하죠. 이반이 지나와 함께 ‘아도니스의 정원’이라는 원고를 읽으면서 “아버지의 이런 글은 처음 봤다’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 기존의 글과 달리 ‘피어난다, 붉어진다’ 이런 색채 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지나와 함께 읽으면서 이반의 마음도 물들어간다고 생각했죠. 이반이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를 닮아가고 있다가 강렬한 색채를 가진 지나를 만나서 함께 물든 것 같아요.

박정원: 저한테 중요한 것은 글보다 지나였어요. 이런 소설을 처음 쓴 것보다는 지나가 행복한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즐거워하는 모습들에 초점이 모아졌죠. 아버지의 소설을 지나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이유도 아버지의 소설이 대단하다기보다 글을 읽는 모습이 지나의 아름다우니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극의 마지막 부분, 빅토르의 글을 본 이반은 어떤 심정일까요?

박정원: 아버지를 그때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죠. 그래서 지나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오히려 담담해진 감정이예요.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고, ‘행복한 때가 있었지’ 그런 가벼운 마음을 가진 것 같아요. ‘나도 괜찮아졌어요’라는 마음으로 읽어나가죠.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아요. 보는 분들이 의미를 부여해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송유택: 담담해진 것이죠. 아버지의 마음은 지나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반이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거든요. 첫사랑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흔적이 선명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버지의 나이가 돼서 그 일기를 읽으니 이해가 되는 거죠. 이반은 성장했기 때문에 미련도 없고, 앞으로는 순간의 충동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뮤지컬 ‘붉은 정원’(연출 성재준)의 이반 역을 맡은 배우 박정원, 송유택(왼쪽부터).     ©윤현지 기자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송유택: 짧고 굵은 작품, 저희 작품 기간과 극이 주는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아요. 피어나는 꽃처럼 쨍한 느낌의 작품이에요. 저희가 느끼게 된 감정들을 관객들도 여유가 되신다면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첫사랑의 기억 혹은 이러한 사랑이 있다는 마음으로 보신다면 소재보다는 사람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반의 대사처럼 이해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해하실 필요도 없어요. 이러한 사랑이 있다는 걸 생각해주신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정원: ‘사랑’이 작품의 메시지예요. ‘첫사랑’이란 키워드에 포커스가 맞춰졌으면 좋겠어요.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사랑 때문에 행복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 그 자체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웃음)
 
 
[프로필]
이름: 박정원
생년월일: 1987년 11월 9일
직업: 배우
출연작: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정글라이프’ ‘완득이’ ‘사춘기’ ‘영웅’ ‘바람직한 청소년’ ‘무한동력’ ‘블랙메리포핀스’ ‘비스티’ ‘찌질의 역사’ ‘홀연했던 사나이’ ‘더 픽션’ ‘붉은 정원’, 연극 ‘소라별 이야기’ ‘아들’ ‘제주일기’ ‘보도지침’ 외

[프로필]
이름: 송유택
생년월일: 1988년 6월 17일
직업: 배우
출연작: 뮤지컬 ‘스페셜레터’ ‘날아라 박씨’ ‘킹키부츠’ ‘여신님이 보고계셔’ ‘젊음의 행진’ ‘난쟁이들’ ‘비스티’ ‘킹키부츠’ ‘제주일기’ ‘투모로우 모닝’ ‘줄리 앤 폴’ ‘세븐’ ‘마마, 돈 크라이’ ‘붉은 정원’ ‘록키호러쇼’, 연극 ‘제주일기’ ‘트레인스포팅’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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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지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yhj@akenter.co.kr
 
2018/07/18 [17:09]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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