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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 사람은 누굴 향해 말하고 있는가, 연극 ‘킬롤로지’
개인 통해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 바라보다
 
윤현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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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킬롤로지(연출 박선희)’ 공연장면 중 오랜만에 병원에서 데이비(왼쪽, 장율 분)를 만난 알란(김수현 분).(뉴스컬처)     © 사진=연극열전
 

제목부터 강렬하다. ‘죽이다’라는 뜻의 ‘Kill’이 빨간 글씨로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극의 도입은 그 사실을 잠깐 잊게 한다. 어딘가 어눌하고 수더분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일상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서술한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의아함이 들 때쯤, 스패너를 꺼내며 복수를 시작한다. 그때, 우리는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이 극은 한 소년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아주 많은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연극 ‘킬롤로지(연출 박선희)’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게리 오웬’의 최신작으로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으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킬롤로지’란 극 중 등장하는 잔인한 온라인 게임이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캐릭터를 죽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게임과 똑같은 방법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데이비, 데이비의 아버지 알란, 그리고 ‘킬롤로지’의 개발자 폴, 세 사람의 이야기이다.

 

몇 개의 조명과 의자로만 꾸며진 무대, 한 사람이 최소 A4 한 페이지가 넘는 독백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건이 교차할 때를 제외하곤 화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주장이 강한 세 명의 캐릭터는 마치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같다.

 
▲ 연극 ‘킬롤로지(연출 박선희)’ 공연장면 중 폴(이율 분)이 자신의 게임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뉴스컬처)     ©사진=연극열전

 

데이비의 행동은 마치 버그같다. 아버지는 가족을 떠나고 어머니의 무관심에 방치된 데이비는 엇나간다. 거리에 나가는 건 무섭지만 거리의 갱에게 덤빈다. 살기 위해서 반려동물 메이시의 처참한 마지막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었고, 자신을 향한 위로의 목소리에게는 의자를 던져버린다. 데이비의 충동적인 행동은 인과관계를 무시한다.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비극적 미래이지만, 고작 열여섯의 소년이 견디기엔 너무 잔혹한 결말을 맞는다. 때문에 우리는 데이비에게 동정할 수밖에 없다.

 

알런은 시작부터 잘못된 ‘망한 캐릭터’이다. 게임은 실패하거나 죽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18개월 이후 떠올릴 수 없는 데이비의 어린 시절이나, 존재하지 않는 데이비의 환상을 아무리 떠올려봤자 실재가 되지 않는다. 알런이 아들을 구하지도 못하고 복수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 저지른 업보 때문이다. 

 

폴은 관리자다. 아버지의 분노로 살인 게임을 개발하지만 현실의 아버지는 절대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늘 반대만 하는 아버지의 의지를 꺾는 것이 폴의 목표다. 폴에게 게임은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죽일 수 없는 아버지를 게임 속에서는 죽일 수 있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멍청한 사람이고, 그 잘못을 ‘나’에게 묻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관리자도 완벽할 순 없다. 알런을 만난 후 폴은 입양아 에단이 다칠까 전전긍긍 과잉보호하지만 에단은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간다. 머릿속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 연극 ‘킬롤로지(연출 박선희)’ 공연장면 중 데이비(장율 분)가 가르키며 말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킬롤로지’라는 게임의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파국으로만 치닫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끝없이 원인을 찾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부성애의 부재, 가족간 연대의 부재이지만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자극적인 컨텐츠, 범람하는 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 개의 단(段)으로 나뉜 무대는 알란, 폴, 데이비의 서로 줄여지지 않는 각 시대 간의 격차를 상징하듯 평행을 달리며 쉽게 만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변호를 하듯 끊임없이 이야기를 토해낸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다른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끝없는 자기변호는 상대방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들어줄 ‘누군가’가 존재하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이 이야기를 관객들은 계속 물음표를 던질 것이다. 자신만의 답을 찾을 때까지. 7월 22일까지 아트원씨어터.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킬롤로지’
연출: 박선희
공연기간: 2018년 4월 26일 ~ 7월 22일
공연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출연진: 김수현, 이석준, 김승대, 이율, 장율, 이주승
관람료: R석 5만 5천원, S석 4만원
 
(뉴스컬처=윤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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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지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yhj@akenter.co.kr
 
2018/05/18 [16:4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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