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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생의 끝자락, 운명 같은 마지막 티켓 잡은…뮤지컬 ‘스모크’
인물을 심리 변화 상징적, 은유적으로 담아내
 
이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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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 공연장면 중 초, 해, 홍(왼쪽부터 임병근, 박한근, 유주혜 분)이 노래부르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최근 작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무대화 되고 있다. 올 초 폐막한 뮤지컬 ‘팬레터’와 지난달 폐막한 뮤지컬 ‘더 픽션’ 그리고 현재 상연 중인 연극 ‘컨설턴트’를 비롯해 뮤지컬 ‘스모크’도 그렇다.

1930년대, 소설가이자 천재 시인 이상의 ‘오감도 제15회’ 연작 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스모크(연출 추정화)’가 재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과 초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관객이 극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완하고 모든 곡의 편곡 과정을 거쳤다. 또한 새롭게 바뀐 무대는 단연 눈에 띄었다. 마치 ‘천공의 섬’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이어 어두운 공기가 느껴졌던 무대는 비밀스러운 작품의 분위기를 반영함과 동시에 암울한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시를 쓰는 글쟁이 ‘초(招)’와 바다에 가고 싶은 ‘해(海) 그리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홍(紅)’이 주인공이다. 이미 병든 몸과 현실의 괴로움으로 세상을 떠나려는 초는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를 속여 미츠코시 백화점 딸이라고 말하는 홍을 납치한다. 하지만 마음 약한 해는 초가 몸값을 얻어내기 위한 전보를 치러 나간 사이에 기침으로 괴로워하는 홍을 풀어준다.
 
▲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 공연장면 중 초(왼쪽, 김경수 분)와 홍(정연 분)이 대립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세상에 갇혀 산 두 남자와 한 여자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예술가’라고 말한다. 스포일러지만 사실 초, 해, 홍은 한 인물이다. 아픈 기억을 잊은 해와 이제 그만하려 하는 초가 있다. 가슴 아픈 그의 말 한마디에 “아프지 마”라고 말하며, 그를 설득하는 홍의 눈물 어린 바람은 관객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특히, 홍에게 “피로 얼룩지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 미친 글쟁이 인생을 바꿀 수 있어?”라고 소리치는 초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상적이었다. 이 대사는 극 후반부 해가 그대로 홍에게 전한다. “내 인생을 정하고자 한다”라고 말하는 해의 앞에 열리는 거울 효과는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시인 이상이 살던 시대 사람들의 의식과 정서에서 ‘오감도’는 수용 불가한 시였다. 현재까지도 이상의 작품 속 ‘상징성’은 온전히 해석되지 않고 있다. ‘띄어쓰기’ 또한 없다. 극에서 말하는 ‘사각’과 ‘원’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아무도 자신의 글을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말이 끊이지 않는데 ‘띄어쓰기’를 할 여유가 없다는 울음은 강렬했다. “고통의 무게에 내가 바스러진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실체가 없어”라는 말처럼 ‘스모크’는 고통을 내내 소리치며 삶을 노래한다. 또한, “죽고 싶은데 죽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위협적으로 수없이 총을 쏘는 ‘허상’은 사라지지 않는 ‘연기’였음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준다. 추정화 연출은 “이상스러운 이상을 닮은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 공연장면 중 해(황찬성 분)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지난 과거 대중들에게 차갑게 외면받았던 ‘이상의 시’는 이제 새로운 모더니즘 ‘시대를 앞서가는 문학’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에 ‘스모크’는 화려한 캐스팅을 더 해 탁월한 연기력과 강렬한 에너지로 시선을 압도했다. 3명의 배우가 무대를 함께 꾸미지만, 극은 1:1형식의 배우들의 연기 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천공 같은 무대는 화면을 대신했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해의 모습에서 잘 표현된다.
  
하나의 인물을 세 캐릭터로 나뉘어 보여준 ‘절망’과 ‘고통’은 천재 예술가의 마음을 절실히 담아냈다고 생각된다. 피아노 선율이 함께 들려주는 실체 없는 연기는 날개처럼 날아올라 꿈꾸던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오는 7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스모크’
극작/연출: 추정화
작곡: 허수현
공연기간: 2018년 4월 24일 ~ 7월 15일
공연장소: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출연진: 김재범, 김경수, 김종구, 임병근, 윤소호, 박한근, 강은일, 황찬성, 김소향, 정연, 유주혜
관람료: 오감도석 6만원, 날개석 4만원
관람연령: 중학생 이상 관람가
 
(뉴스컬처=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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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picfeel@asiae.co.kr
 
2018/05/07 [22:14]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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