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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한송희 “여자의 평범한 일상이 곧 페미니즘”
극본 쓴 작가 겸 ‘헤라’ 역 배우로 작품에 참여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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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연출 이기쁨)’의 작가 겸 배우 한송희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대사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공연이 있다. 기존의 권력 체계에 묵직한 돌직구를 날리는 페미니즘적 대사들로 특히 여성 관객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연출 이기쁨)’다. 현 시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페미니즘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이들은 다름 아닌 기원전 탄생한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신’들이다.
 
B.C 2000년 그리스 여신들의 삶과 2017년 현재 여성들의 일상은 얼마나 다르고 또 닮아 있을까? 작가 한송희는 바로 이러한 점을 포착해 연극 대본을 써내려갔다. 지난해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뒤 전석 매진이라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아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간 뒤, 올해는 CJ문화재단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스테이지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리스 신화를 가지고 극을 쓰기로 결심한 건 ‘산울림 고전극장’에 올릴 소재를 고민하면서였다. 한 작가는 함께 몸담고 있는 창작집단 LAS의 이기쁨 연출과 상의 끝에 ‘그리스 신화 속 세 여신이 삶, 연애, 일, 섹스 등을 주제로 수다를 떤다’는 콘셉트로 이야기를 썼다. 수많은 신화 속 인물과 방대한 양의 에피소드를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신들 사이의 관계도를 파악하고 사랑, 욕망, 질투, 분노 등 주제별로 나뉜 에피소드가 담긴 책들을 찾아보며 극을 채워나갔다.
 
▲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연출 이기쁨)’ 공연 장면. 한송희는 "헤라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드세지만 속으로는 자기 모순에 빠져 한껏 예민해진 '어리석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번 극을 직접 쓰게 된 이유도 내가 하고 싶은 연기가 있었기 때문인데 '헤라' 같은 역할이 첫사랑, 요부, 엄마처럼 그저 대상화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뉴스컬처)     ©사진=창작집단 LAS

보통 그리스의 여신을 떠올리면 헤라, 아프로디테 그리고 아테나를 주로 꼽는다. 그러나 한 작가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보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에 더 큰 감명을 받아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세웠다. 그는 “아르테미스는 신화 속 등장하는 여러 처녀신 중 극단적으로 사랑도, 결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오리온과 연인 관계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모순적인 점이 끌렸다. 어떻게 보면 아르테미스는 가장 격정적인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지점이 있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물인 ‘헤라’는 올림포스의 여신 중 최고의 여신이지만, 남편의 외도 때문에 심한 질투에 사로잡힌 여인이다. 한 작가는 “거의 모든 책에서 헤라가 질투하는 이유를 권력의지로 풀었는데, 분명 다른 원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신화를 읽으면서 사실은 헤라가 제우스보다도 더 유능하고 인간들이 다 따르는 신이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권력에서 한 발 밀려난 점을 알게 됐고 그 점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프로디테’는 가장 이상적이거나 완전한 존재로 그려지는 신이다. 한 작가는 “특히 유교의 영향이 큰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금기시되는 것들을 깨는 인물로 그려봤다. 남자들이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는 존재보다는 남들에게 비난을 받을지언정, 주체적이고 사랑에 개방적인 모습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 한송희는 작가로도 배우로도 모두 수상 경력이 있을 만큼, 두 분야 모두에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배우만 할 수 있으면 배우를 하고 싶다. 앞으로 작가로서 나의 시각이 필요하다면 물론 또 글을 쓰겠지만,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욕구가 더 크고, 무대에서 얻는 쾌감 역시 더 큰 편이라 배우로서 더 매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극을 쓸 때까지만 해도 페미니즘 이슈로 주목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성 혐오’ 논쟁이 불거지며 예상 밖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작가는 “물론 데이트 폭력이나 부부 강간, 몰래카메라 등 사회적 이슈를 담고 싶었다”며 “그저 내가 살면서 겪은 연애나 일상에서 있었던 젠더 에피소드들이 의도한 게 아닌데 페미니즘과 연결이 됐다. 내가 여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하면 그것이 곧 페미니즘이 된다는 것에 나 역시 놀랐고, 관객들 역시 그 부분을 크게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공감하며 호응하는 관객도 있지만, 극에 나오는 대사를 불편해 하는 일부 관객도 있다. 한 작가는 “페미니즘 소재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떤 작품도 모든 관객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고, 이 작품이 관객들을 계몽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설득이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작품을 봐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여성의 모습이 있잖아요. 순종적이고 가정적이고 모성애를 가져야 한다는 각종 편견들이요. 그런 것에서 벗어나 그저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되라는 것. 상처받을 수 있는 어떤 관계 안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말자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물론 이 공연이 관객들께 정확한 답을 내려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혼자 하는 것과 그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잖아요.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의 세 여신이 서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처럼요. 대화를 나눴을 때 생기는 강력한 힘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프로필]
이름: 한송희
직업: 배우, 극작가
생년월일: 1986년 2월 25일
학력: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사
수상: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여배우부문(2011)
출연작: 연극 ‘정옥이’, ‘장례의 기술’, ‘퀴즈왕’, ‘호랑이를 부탁해!’, ‘서울 사람들’, ‘화학작용 선돌편 2주차’, ‘미래의 여름’, ‘손’, ‘B클래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외 다수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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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8/08 [10:1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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